반도 테크닉-5 수리/조정기

제가 90년도에 구입하였던 것이고, 개국할 때 쓴 장비입니다. 이번에 한국 방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국으로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 전 한국 방문은 7년 전이었는데, 그 때는 아직 무선국 허가가 살아 있어서 테크닉-5를 롱와이어에 튜너를 통해 연결하여 잠시 교신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번 방문까지 7년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수화물로 부쳐서 가지고 오는 동안 전면 패널의 미터가 떨어졌고, 커버 왼쪽 중간이 충격이 가해져 움푹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7년간의 독수공방 중에 얻은 상처인지도 모릅니다. 7년전 떠나올 때 꽁꽁 싸둔 포장 그대로 상자에 넣어 가져왔기에, 부쳐오기전 상태를 확실히 모릅니다.




[샤크에 몇몇 정크와 도착한 상태]





일단 목욕을 좀 시키고 찌그러진 부분을 폈습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점검하고 전원을 넣었는데, AF amp만 작동하고 IF의 노이즈도 안들립니다. 가만 살펴보니, 커버가 찌그러지면서 IF 기판에 충격을 줘서 몇몇 군데 코넥터 주변의 납땜이 약해지고 패턴이 끊기기도 한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수리하고 다시 전원을 넣으니 수신이 잘 됩니다! 본격적으로 목욕을 시키고 전면 패널도 때를 뺐습니다.




[전면 패널 및 손잡이 청소. 손잡이들은 TS-530과 같은게 많음. 메인 튜닝은 Icom IC-730/740과 유사.]





[전면 패널 벗긴 앞모습]





[조정을 하자]





이제 조정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회로가 98% 같은 Kenwood TS-530 서비스 메뉴얼을 프린트하여 준비하였습니다. 회로상으로는 거의 같고, RF부만 빼면 기판의 부품 배치도 거의 비슷합니다. TS-530에 비해 생략된 것들이 있는데,




  • Notch 옵션이 없다.
  • XIT가 없다.
  • CAR 레벨 콘트롤이 전면 패널에 없고 기판에 있다.
  • 외부 VFO 기능을 포함한 악세사리 포트가 없다.
  • 25KHz 칼리브레이터가 없다.
  • NB level 콘트롤이 패널에 없고 내장되어 있다.
  • Heater 스위치가 없고 항상 on 상태이다.
  • 10kc눈금의 아날로그 다이얼이 없다.
  • IF 필터를 추가할 수 없다.
  • 전원 트랜스가 110V, 220V에 사용 가능한 탭이 있다. TS-530은 110, 120, 220, 240이 가능하다
  • 후면의 SG 스위치가 없다. 조정할 때를 위해 종단부 스크린 전압을 끊는 기능.



  • [IF 보드]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스피치 프로세서가 TS-530은 AF processor인데, 테크닉-5는 TS-830과 같이 IF단에 들어 있는 소위 RF speech processor입니다. 그리고 밴드 스위치에 10m에 "+0.5" 버튼이 있지 않고 로터리 스위치에 28, 28.5, 29, 29.5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회로상의 다른 차이점은 IF가 8830 KHz가 아니라 9MHz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렇게 하는게 필터 수급이 훨씬 쉬웠겠지요. PLL회로도 약간의 수정이 있지만 기본적 구성은 같습니다. 캐리어 + VCO 주파수로 밴드 LO 신호의 주파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캐리어 주파수가 바뀌어도 LO의 출력 주파수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즉 캐리어 주파수가 바뀌면 IF가 그만큼 shift되게 되고, 송수신 주파수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8830에서 9000KHz로 변경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겠죠. 전원부에서 다른 부분 중 하나는 진공관 히터 서플라이가 12.6V가 아니고 6.3V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7V가량 나오길레 저항을 넣어 6.3으로 낮추었야 했습니다.




    [파워 서플라이 보드]





    재미있는 부분은 VFO인데, 발진 회로는 TS-530과 같지만 바리콘이 아니라 Collins형 원형 PTO가 들어 있습니다. 크기와 형태는 맨 위 사진에 나온 R-392용 70E-18과 같은데, 자세한 사양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Collins의 디자인임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감속 기어를 통해 메인 튜닝 샤프트에 연결이 됩니다. 그리하여 1회전에 약 25KHz 정도가 변화하고 5.5 - 6 MHz의 출력이 나옵니다. 이 신호와 PLL 출력이 카운터에 들어가 주파수가 100Hz 단위까지 표시가 됩니다. 카운터는 따로 레퍼런스가 없고 PLL의 10MHz 레퍼런스의 정확도가 직접적으로 주파수 표시의 정확도를 결정합니다. 카운터부도 몇몇 부품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TS-530과 동일합니다. 주파수 표시 VFD는 530과 같은 납작한 것이 아니라 튜브형입니다.




    [카운터 보드]





    조정을 시도하다가 발견한 것은 12V 정전압 회로에 문제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출력에 기반하여 9V와 3.2V를 뽑아내게 되고, 이 중 9V의 안정도는 바로 VFO의 안정도에 직결이 되므로 12V 정전압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전원 트랜스가 110V 탭에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이곳의 라인 전압은 125V로 되어 있고 실제로 측정하면 128V가 나오는 아주 좋은 동네입니다. 올드라디오가 고생하는 곳이죠. 그래서 12V 정전압의 입력도 약 2-3V는 높았고, 따라서 전압 강하를 담당한 TR이 약 10V를 덜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규격표에 의하면 섭씨 25도에서 전위차 10V에 부하가 1A 넘으면 돌아가신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실험을 하고 측정을 하던 중 결국 정말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정전압 회로를 LM7812 기반으로 교체하였습니다. LM7812도 열받으실까봐 앞에 4옴 저항을 달아서 방열판에 붙여 두어서 LM7812의 입력에는 약 15-16V가 인가됩니다. 여차하면 LM7812 두 개를 병렬로 하고 각 출력에 실리콘 다이오드를 붙여 역전류를 막으면 안전하게 전류 용량을 늘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AF 보드]





    그 다음 대부분의 조정은 TS-530의 서비스 메뉴얼을 따라 하였습니다. 크게 틀어진 것은 없었고, 다만 7MHz와 3.5MHz의 밴드 중심 주파수를 약간 옮기기 위해서 RF부의 세가지 동조 회로, 즉, 수신 동조, 드라이버 출력, PLL에서 나온 프리믹스 (캐리어를 포함한 밴드 LO + VFO) 인젝션을 조정한 것이 가장 크게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노이즈 블랭커를 조정했더니 효과가 괜찮습니다. 노이즈 브릿지를 물려서 실험/조정해봤는데, 임펄스 노이즈는 확실히 줄여주고, 랜덤 노이즈도 효과가 좋습니다.




    [RF부는 TS-530에 비해 좁은 공간에 3개의 보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당시 돈아끼느라고(!!!) 50W 모델을 구입한 후 6146B를 하나 더 넣어 100W로 개조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 없던 YB가 한 것이라 겨우 작동은 했으나 문제점이 많이 보여 이번에 바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원래 나무 재질의 보빈에 감겨 있던 플레이트 초크도 교체하고 그 다음에 플레이트 서플라이 사이에 있는 RFC도 좋은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원래 있던 플레이트 초크]





    [종단에 닭 두 마리 키우는 곳]





    [파이널 보드 밑면]





    [파이널 보드 윗면]





    드라이버인 12BY7A가 약해서 교체하였고, 원래 쓰던 6146B 두 개는 아직 건강한 것으로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7MHz에서 120W가 나오고 28 MHz에서도 100W가 나옵니다. 아이들에서 50mA가 흐르게 바이어스를 세트했습니다. 스크린 전압은 215V 정도. 다 된줄 알고 마침 CQWW SSB 콘테스트가 진행중이라 교신을 시도했더니 디스토션이 심해서 못알아듣겠다고 하는겁니다. 마이크의 문제인줄 알고 바꿔서 해봐도 여전히 그렇답니다. 모니터할 때는 마이크 게인을 줄이고 수신기로 들었는데, 그러면 괜찮고 마이크 게인은 조금만 올려도 오디오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입니다. 일주일 후에 시간이 나서 IF부터 점검하니 신호가 찌그러집니다. 그래서 변조부 바로 다음에서 신호를 들어봐도 찌그러집니다. 변조부가 있는 IF 보드를 들어내서 자세히 보니 다이오드가 하나 깨져 있네요. 마침 1N60을 구해둔게 있어서 바로 교체 했고, 오디오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깨진 다이오드가 보이시나요?]





    수리 이후 실전 교신 최초는 15m에서 샌디에고에 계신 KE6YC/HL1GD 백우현 오엠이었습니다. HL1GN과 HL5BLI 오엠 신호도 들렸는데, 제 다이폴 안테나도 마침 문제가 생겨 모빌용 버티컬로 나가느라 교신 시도를 못했습니다. 그 다음은 저녁 때에 K3PGA 델라웨어, NB2O(HL1KT) 뉴욕, WV3U(HL1FZ) 메릴랜드, W1WLV(HL1LV) 텍사스 등과 7MHz에서 문제없이 교신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추가한 것은, 후면 패널에 CW 키용으로 작은 잭이 있던 것을 큰 1/4"로 바꾼 것, 앰프 키잉용으로 릴레이를 하나 추가하고 RCA 핀잭 설치 (record 잭이 있던 자리)한 것입니다. 이날 교신시에는 Gonset GSB-201에 연결하였습니다. 그리하야, 테크닉-5가 저의 샤크의 최신 장비로 등극을 하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Drake TR-3에서 잘안들리는 신호가 테크닉-5에서는 들리는게 있습니다. 쿨룩. 그러나 TR-3는 또다른 비장의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기회에!